Digital Health (4) – 규제

  1. Digital Health (1) – 정의
  2. Digital Health (2) – 왜 필요한가?
  3. Digital Health (3) – 영역

Digital health가 뭔지, 왜 필요한지, 어떤 영역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했으면 대부분 그럼 어떻게 (HOW)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겠지.
그런데, 그건 교수 나부랭이가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이건 열심히 돈 버는 분들이..)
그리고, 내가 그걸 잘 알면.. 왜 글로 쓰냐? 그걸로 돈 벌어야지.. (잘 알다시피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주식 거래로 돈 버는 게 아니라, 이렇게 투자하면 돈 번다는 사기꾼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digital health가 다른 분야와 가장 큰 차이를 가지는 digital health와 관련된 규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강의할 땐 많이 했는데.. 글로 쓴 적은 없는 듯. )

Health와 관련된 산업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난감해 하고 짜증나는 부분이 규제(regulation)이다. 그리고 의외로 digital health를 한다고 하는 회사 (주로 IT 기반 회사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근데, 의외로 의료진들도 잘 모른다. 아는 분은 진짜 잘 알지만..)

한국의 digital health의 규제와 관련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작년인가? 식약처 행사 때.. 패널을 하고 있었다.
청중 중에 한명이 요약하자면.. “규제가 너무 많아서 사업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그 때 내 대답은 “죄송하지만 망하셔야 한다.” 였다.

왜냐고? 그 청중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헬스케어 산업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산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다. 따라서 이중 삼중으로 아주 촘촘하게 규제가 만들어져 있다. 이건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하다.
(다만 한국에만 존재하는 변태같은 이상한 규제 진짜 많다.. 말도 안되는 규제도 많고.. 당연히 이런 건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필요없는 건 아니다. )
그런데, 내가 저렇게 강하게 이야기한 이유가 뭐냐 하면.. 저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규제가 어떻게 문제인지 구체적인 건 전혀 모르고.. 그냥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혹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혹은 IT업체가 의료에 들어와서 HT의 상황을 전혀 모르면서 하는 경우가 99.99999% 였다.

그래서 미국에선 이런 기사도 나왔다. (은둔의 경영자 Catherine Song 대표님 제보오늘의 배뇨” 화이팅! ps. 이 회사와는 아무런 COI가 없습니다. ~ )
Artificial Intelligence Is Rushing Into Patient Care – And Could Raise Risks

해당 기사를 보면 규제 준수 문제를 강하게 이야기하고.. (솔직히 미국 FDA나 한국 MFDS나 AI-based SaMD의 경우 더 이상 풀어줄 수 없을 만큼 풀어줬다고 본다.)
특히나 IT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Agile 기법들에 대해서 비판한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Yet many health industry experts fear AI-based products won’t be able to match the hype. Many doctors and consumer advocates fear that the tech industry, which lives by the mantra “fail fast and fix it later,” is putting patients at risk and that regulators aren’t doing enough to keep consumers safe.”
Digital health는 타 IT와 달리 fail fast하면.. 사람이 죽는다. 치명적인 거다. 그래서,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의 반응을 보면서 빨리 수정하는 전략이 적용될 수 없는 거다.
죽으면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데?
App이야 제대로 동작안해도 욕먹고 버그 수정하면 그만이지만..
약/의료기기는 그걸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죽고 난 다음에 수정할래?

따라서, 의료산업의 본질, 소위 말하는 업의 본질은 규제다.

그래서, 의료는 규제과학(Regulation Science)라는 학문분야가 있을 정도이고, 한국에도 (사)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The Korean Society of Food, Drug and Cosmetics Regulatory Sciences)라는 곳이 있다. 해당 학회의 소개글을 보면
“품질 좋은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및 건강기능식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관리기반을 구축하고자 법제학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걸 이해하지 않고, 규제가 많아서 못 하겠다는 둥… 하아..

딱, 퇴직하고 시장조사 같은 거 없이, 요즘 “대만 카스테라” 뜬다면서.. “XXX” 가 뜬다면서.. 가게 차렸다가 망하는.. -_-;

연구를 하려고 해도 선행 연구 조사가 필수이고,
사업을 하려면 시장 조사가 필수이다.
무슨 규제가 많아서 사업을 못 하겠다고 불평하기 전에..
제대로 된 사업 기획을 했는지 부터 자기 반성해 봐라.

좀 더 듣기 싫은 소리 하자면..
“제발 알고 떠들자. 모르면 공부해서 떠들고. 앵무새처럼 남들이 하는 말 따라하지 말고..”
추가해서.. 규제가 문제라고 언론플레이에 집중하는 몇몇 회사들.. 그만 둬라. 짜증난다. 그렇게 한국 규제가 문제면 미국가서 사업하든가.
남들은 힘들게 규제 준수하면서 버티거나 다른 길을 찾는데.. 언론 플레이만 하는 거 짜증난다.

본론으로.. digital health에 얼마나 규제가 복잡하냐 하면.. 영국 기관 발표자료이긴 하나.. 아래 그림으로 요약된다. 그냥 모든 게 규제 대상이다.

[출처: PHGFoundation,
https://twitter.com/PHGFoundation/status/1171030245102759936 ]

첫번째 개인정보 보호야.. 이젠 말하기도 지쳐서.. (개인적으로 우린 안될꺼야.. 모드이고, 그래서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방법(Privacy Preserving Data Mining)을 연구 중이다. )
지금까지 수도 없이 썼으니.. 이전 글들을 참고로 하길..

세번째, 네번째야.. 타 분야에도 항상 있는 거니 생략하고..

남은 건 두 번째… digital health 고유 특징인 의료기기로의 규제다.
전통적인 H/W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는 어차피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니 생략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S/W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만 이야기하겠다.

이게 왜 문제냐 하면.. 기존에는 전부 H/W가 있었고, 해당 H/W의 기능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H/W가 없이 S/W만으로 의료기기 역할을 하겠다는 이상한 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다. 여기에 최근 갑자기 부각되는 (왜 인지는.. 쩝) digital therapeutics까지 고려하면.. 이건 S/W주제에 치료까지 한다고 주장하는 해괴망찍한 놈들인 거다. (게다가 이게 의료기기인지, 의약품인지부터.. 골치 아프다) Digital therapeutics는 일단 제외하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Software 의료기기만 이야기하겠다.

해당 규제에 대해서는 일단 아래의 문서를 볼 필요가 있다.

IMDRF는 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의 약자로, 전세계 의료기기 규제 기관(FDA, MFDS 같은 곳)들의 포럼으로, 세계 각국의 규제를 그래도 어느정도 일치시키자는 게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

위의 문서는 2017년 9월에 발표된 문서로 software 의료기기들을 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라고 정의(정의에 관한 문서는 2013년에 나오긴 했다)하고, 이 SaMD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 정리한 문서이다.

IMDRF에서는 SaMD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The term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 is defined as software intended to be used for one or more medical purposes that perform these purposes without being part of a hardware medical device. 

대비되는 개념으로 SiMD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software in a medical device (sometimes referred to as “embedded” or “part of”)”이다.

그리고, 기존의 의료기기 분류 체계 그대로 Class 1 ~ Class 4까지 두고, 아래 그림처럼 3 x 3 matrix를 기준으로 정보 제공의 강도(진단 ~ 단순 정보 제공), 위해도 (심각 ~ 무해)을 검토해서 1등급에서 4등급으로 분류된다.

요즘 뜨는 의료영상AI의 경우 2등급 혹은 3등급이다. (여기도 할 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 생략)

이제 기본은 되었는데, 현실적인 문제는.. SaMD는 기존 H/W 의료기기 대비 너무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거다. 생산을 위한 공장도 필요없고.. H/W의 골치아픈 문제인 Q/C도 없고..
제품이 빨리 출시되다 보니 규제담당자 입장에서는 업무가 말도 안되게 폭증하는 거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반 SaMD로 한국 식약처 승인 받은 제품이 2019년 10월 기준으로 이미 18개나 된다. 내가 정리한 거 이고, 식약처 행사 때 첨단의료기기과에서 16개라고 발표했었는데.. 그걸 보니 나름 열심히 찾은 것 같아 뿌듯했다. 🙂 차이나는 2개는 2017년 마이다스아이티 제품과 2018년 라이프시멘틱스 제품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에 승인을 받은 제품이고, 라이프시멘틱스는 내가 라이프시멘틱스 사외이사라.. COI가 많아서 추가 ^^

그리고, Dr. Answer 사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제품들이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식약처 담당 부서다)에서는 미치는 거다. 인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데.. (저기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AI/빅데이터, 3D 프린팅, RWD/RWE.. 다 그 부서 담당이다… 지금 좀 사람이 늘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식약처 인력 충원 이야기하면 반대하는 분들 많은데.. 이 부서는 진짜 터무니 없이 인력이 부족하다) 의료기기 허가심사 업무가 폭증하는 거다. 그리고 새로운 첨단(?)의료기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이 상황은 미국이라고 다를 거 없고, 특히나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보니.. 모든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US FDA에는 신청한다.
그래서, US FDA에서는 아래와 같은 획기적인 전략을 취한다.
Digital Health Software Precertification (Pre-Cert) Program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회사를 인증하고 해당 회사의 제품은 의료기기로 선승인된다는 거다.



[출처: https://www.fda.gov/medical-devices/digital-health/digital-health-software-precertification-pre-cert-program ]

그래서 몇 년에 걸쳐 Working Model을 만들었고, 요약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선출시해 주는데, 대신에 post-market surveillance를 통해, 즉 RWD를 모아서 사고치면 대박 페널티를 주는 전략이다.

이것만 해도 장문의 글이니.. 최윤섭 박사의 글과 영상을 참고하자.. 

한국도 여러 고민 끝에.. 아래와 같은 2개의 가이드라인을 세계최초로 2017년 11월에 발표했고, 올해 10월에 개정안을 발표했다. (진짜 자랑해도 된다. 세계최초 가이드라인이다. 식약처 일 할 때는 열심히 한다. 제가 저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압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개정의 핵심은 SaMD의 동등성 평가방안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machine learning 혹은 deep learning algorithm들의 동등성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해결책을 못 찾겠어서 반대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그래도 1년 간 고민한 결과 아래 그림처럼 평가 방안을 만들어 냈다. 

뭐 불만도 있고, 이상한 점도 있겠지만.. 현재로썬 최선의 타협안이라고 본다..  
어쨋든 이렇게 동등성 평가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으니, 이미 승인된 AI SaMD가 있고, 그 제품과 동일한 적응증에 동일한 입력데이터 형태를 쓴다면.. 손쉽게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아직도 100% 찬성은 아니지만.. 심사부서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할 때..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의 법적 근거를 보다 확실히 하고,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위해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의료기기산업법)“을 만들었고, 내년 5월부터 적용된다. 이를 위한 시행령, 시행규칙도 발표했다. 

해당 특별법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Pre-cert와 유사한 접근으로, 혁신형 의료기기 업체를 선정하고, 해당 업체의 혁신형 의료기기는 선승인해 주겠다는 거다. 역시나 사후 감시 강화로 감독한다. 
내년 5월이 되면 이제 의료기기 분야는 큰 변화가 있을 꺼다..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 상 이런 규제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어야지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잘 지켜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개념을 소개하자면.. 이번달에 미국 Regenstrief Institute에 CEO로 있는 Peter Embi 교수가 제안한 Algorithmovigilance라는 개념이다. Pharmacovigilance라는 개념이 있는 것처럼 algorithm에 대해서도 surveillance를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테니.. 꼭 필요한 개념이라고 본다. 해당 발표 슬라이드 2장을 소개하니.. 관심있으면 보시길.

[출처:

https://twitter.com/feiwang03/status/1202659221759840256

전체적으로 아주 거칠게 요약만 했으니.. 정말 이 분야를 제대로 하고 싶으면 소개한 자료들을 상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이 정도 정리하는 것도 힘들다 -_- 그리고 더 자세히 정리하려고 했는데.. 또 잠깐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 )
업의 본질(규제산업)을 모르고 사업을 한다는.. 연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도 막 아는 척 했지만.. 이 모든 걸 글로 배운 거다. 실제로 손에 물 뭍여 보지 않았다는 거다. (가이드라인 만드는 작업은 했다만..) 정말 제대로 알고 싶으면 제대로 된 컨설팅 업체에 돈 주고 상담받거나, 아니면 실제로 밑바닥에서 기면서 고생한 업체들에게 돈 주고 상담받아라. 교수 나부랭이가 아닌 dirty work를 실제로 한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특히.. SaMD이야기하면서 무형의 지적재산은 공짜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Digital Health (4) – 규제”에 대한 답글 5개

  1. 안녕하세요 교수님. 한국외대 바이오메디컬공학부 2학년 학부생 최대현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글을 읽어 본 후 모바일 의료원격진단에 대한 규제 및 한계성에 대한 얘기를 질문 하고 싶어 댓글 달게 되었습니다. dablro1232@gmail.com 으로 연락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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